[스크랩] 제비꽃/반지꽃 이야기
담벼락 사이로
화장한 보랏빛 봄이 흘러나왔습니다.
"나, 여기 왔어요~"
생긋뱅긋 거립니다.
동네 어디서도 볼 수 있던 제비꽃들이
이제는 애써 찾아야 보이는 꽃들이 되었답니다.
죄의 열매는 황사로 얼룩져(신28:24)
메케한 대지는 잔뜩 주눅 들었지만
파르르 순진한
제비의 눈망울은 꺼칠하지도 않습니다.
해마다 집앞에서 만나는 저의 친구입니다.
낭비처럼 보이는
사막에 내리는 빗방울들과
악한 내게도 비취는 햇살들...
하늘의 것들은 다 해퍼보이는데...
근데, 이 녀석들은 많이 많이 피어나지만
하나 하나 다 귀해 보일 뿐
어딜봐도 쉬워 보이질 않습니다.
그래도 하늘족속이라
밟히는 일에는 널널해 보입니다.
사람 다니는 길로 겁도 없이 바글바글 피어 있는 게 영락없습니다.
이쁜 색깔을 튀기며
대낮에 무더기로 조잘거리는 걸 보곤
그냥 지나치기 힘들었습니다.
반가움으로 다가섰을 때
뜨악한 절 보고 부담스러웠던가 봅니다.
대꾼한 제 눈을 피하듯
지문같이 선명한 얼굴이 나긋하게 머릴 숙인 걸 보면 비호감;;;??
(저라도 제가 싫었을 겁니다)
더 고개를 낮추어 들여다 봅니다.
이렇듯
고개 숙이지 않으면
제대로 보지도 못하는 건,
우리의 마음도 숙여 달라는 뜻일까요?
노랑 물방울 같은 봄의 액센트 꽃다지와
봄을 입에 가득 문 좀꽃마리가 엉겨있네요.
이들이 발하는 찬양을 제대로 감상하실 분들은
머리를 낮추시고 무릎을 잠깐 접으셔야 됩니다.
그러시면 태초에 명하신 하나님의 입기운이
솔솔 아지랑이로 피어 오르는 걸 볼 수 있습니다.
오랑캐꽃, 반지꽃으로도 불리는 제비꽃.
꽃잎에 핏발서면
오랑캐 온다해서
서둘러 피고 진다고 하는데...
잠깐뿐인 봄은 그 분주함에도
짧은 세월의 서럼움을 잊지 말라고
여린 제비꽃들을 잠시
아름답게 피워두고 가는 걸 올해도 잊지 않았습니다.
날지 못할 빈약한 날개지만 나풀거리며
겸손이란 꽃말처럼
하늘 향해 겸손히 기도하는 건지...
착한 하늘 제비
우리 마음에 물어다 준 하늘 박씨는
반지가 되어 다가옵니다.
우리와 영원히 사랑하고 싶다고...
하늘사랑 깍지끼고 영원히 살고프다고...
- 우리 마음 사시려는 하나님의 안타까우심이-
- 황사에도 바래지 않는 일요일 오후에 -