예쁜것

[스크랩] 제비꽃/반지꽃 이야기

채수련 2010. 4. 9. 22:39

담벼락 사이로

화장한 보랏빛 봄이 흘러나왔습니다.

"나, 여기 왔어요~"

생긋뱅긋 거립니다.

 

 

 

동네 어디서도 볼 수 있던 제비꽃들이

이제는 애써 찾아야 보이는 꽃들이 되었답니다.

 

 

죄의 열매는 황사로 얼룩져(신28:24)

메케한 대지는 잔뜩 주눅 들었지만

파르르 순진한

제비의 눈망울은 꺼칠하지도 않습니다.

 

 

해마다 집앞에서 만나는 저의 친구입니다.

 

 

낭비처럼 보이는

사막에 내리는 빗방울들과

악한 내게도 비취는 햇살들...

하늘의 것들은 다 해퍼보이는데...

 

 

근데, 이 녀석들은 많이 많이 피어나지만

하나 하나 다 귀해 보일 뿐

어딜봐도 쉬워 보이질 않습니다.

 

 

그래도 하늘족속이라

밟히는 일에는 널널해 보입니다.

 

사람 다니는 길로 겁도 없이 바글바글 피어 있는 게 영락없습니다.

 

 

이쁜 색깔을 튀기며

대낮에 무더기로 조잘거리는 걸 보곤

그냥 지나치기 힘들었습니다.

 

 

반가움으로 다가섰을 때

뜨악한 절 보고 부담스러웠던가 봅니다.

 

 

대꾼한 제 눈을 피하듯

지문같이 선명한 얼굴이 나긋하게 머릴 숙인 걸 보면 비호감;;;??

(저라도 제가 싫었을 겁니다)

 

 

더 고개를 낮추어 들여다 봅니다.

 

 

이렇듯

고개 숙이지 않으면

제대로 보지도 못하는 건,

우리의 마음도 숙여 달라는 뜻일까요?

 

 

노랑 물방울 같은 봄의 액센트 꽃다지와

봄을 입에 가득 문 좀꽃마리가 엉겨있네요.

 

 

이들이 발하는 찬양을 제대로 감상하실 분들은

머리를 낮추시고 무릎을 잠깐 접으셔야 됩니다.

 

 

그러시면 태초에 명하신 하나님의 입기운이

솔솔 아지랑이로 피어 오르는 걸 볼 수 있습니다.

 

 

오랑캐꽃, 반지꽃으로도 불리는 제비꽃.

 

꽃잎에 핏발서면

오랑캐 온다해서

서둘러 피고 진다고 하는데...

 

 

잠깐뿐인 봄은 그 분주함에도

짧은 세월의 서럼움을 잊지 말라고

 

여린 제비꽃들을 잠시 

아름답게 피워두고 가는 걸 올해도 잊지 않았습니다.

 

 

날지 못할 빈약한 날개지만 나풀거리며

겸손이란 꽃말처럼

하늘 향해 겸손히 기도하는 건지...

 

 

착한 하늘 제비

우리 마음에 물어다 준 하늘 박씨는

반지가 되어 다가옵니다.

 

 

우리와 영원히 사랑하고 싶다고...

하늘사랑 깍지끼고 영원히 살고프다고...

 

 

- 우리 마음 사시려는 하나님의 안타까우심이-

- 황사에도 바래지 않는 일요일 오후에 -

출처 : 하늘빛향기
글쓴이 : 하늘소리 원글보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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